<서예(書藝)>는 ‘글씨를 붓으로 쓰는 예술.’이라고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이어서 ‘글씨’를 정의하기를 ‘①쓴 글자의 모양. ②말을 적는 일정한 체계의 부호.’를 이르는 순우리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글씨’는 순우리말이고, ‘문자’는 한자라고 풀이하였는데, 정리하면 ‘인간의 언어를 적는 데 사용하는 시각적인 기호 체계.’라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간의 언어는 의지적 행위이고 창조적이며, 양방향이라는 배타적 특성으로 정의하면서도 결정적으로 동물의 언어와 구별되는 특성이 시각적인 기호 체계인 문자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서예>라는 기호가 꼭 ‘서예’라는 소리 형태를 지녀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지만, 언어를 포함한 모든 기호는 그 형태와 의미가 자의적 관계에 있으므로 <서예>라는 기호는 ‘서예’라는 소리 형태와 ‘글씨를 붓으로 쓰는 예술.’이라는 의미가 결합한 것이다. 그러므로 문자를 직접적 소재로 해서 표현하는 예술인 서예 작품에 오자가 있으면 절대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시각적인 기호 체계인 문자를 잘못 쓰면 바른 의미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인터넷 네이버 검색창에 ‘서예대전 오자 논란’이라고 입력해보면 그 결과는 놀랍게도 매년 ‘오자 논란’이라는 같은 제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2008년 직지 세계 서예대전 오자 수상 취소”, “2012년 부산미술대전 오자 대상 수상 취소”, “2017년 세계서예 전북비엔날레 ‘오자 논란 대상작 취소해야’”, “운곡서에 문인화 대전 또 오자 논란…. 3년째”, “‘4년째 오자’ 운곡 서예대전 부실 심사 논란”, “27회 울산미술대전 서예 문인화 부문 대상 수상작 오자 논란”,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 부문 대상 수상 자격 논란”, “글자 틀린 작품에 대상, 부끄러운 부산미술대전”, “3‧15 미술대전 서각 대상자 오자 논란” 등 모두 열거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서예대전의 오자 논란은 한 두 해가 아닌 고질화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서예대전의 오자 논란 외에도 블로그나 카페 등에 작가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작품 사진을 올리기 전에 최소한 오탈자 여부를 한 번이라도 확인하고 올려야 할 것이다. 인터넷에 게재된 작품 사진은 올리기는 쉬워도 다시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 스스로 무지함을 드러내는 민낯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종어제훈민정음 서문’ 서예 작품 중에서 오자를 발견한 몇 점을 예시하되 작가의 낙관은 알아보지 못하도록 처리했다.
솅조ᇰᅌᅥᆼ졩훈민져ᇰᅙᅳᆷ / 나랏말ᄊᆞ미듀ᇰ귁에달아문ᄍᆞᆼ와로서르ᄉᆞᄆᆞᆺ디아니ᄒᆞᆯᄊᆡ이런젼ᄎᆞ로어린ᄇᆡᆨ셔ᇰ이니르고져호ᇙ배이셔도ᄆᆞᄎᆞᆷ내제ᄠᅳ들시러펴디몯ᄒᆞᇙ노미하니라내이ᄅᆞᆯ윙ᄒᆞ야어엿비너겨새로스믈여듧ᄍᆞᆼᄅᆞᆯᄆᆡᇰᄀᆞ노니사ᄅᆞᆷ마다ᄒᆡᅇᅧ수ᄫᅵ니겨날로ᄡᅮ메뼌ᅙᅡᆫ킈ᄒᆞ고져ᄒᆞᇙᄯᆞᄅᆞ미니라 <언해본 어제서문 원문(방점 제거본)>
<사진1>에서 원으로 표시한 오자는 훈민정음해례본의 합자해에서 중요하게 다룬 창제원리, 즉, ‘初中終三聲 合而成字(초중종삼성, 합이성자)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의 3성은 어울려야 글자를 이룬다.’라는 기본 원리에 따라 다음과 같이 6곳의 오자를 바로잡는다.
① 세→솅(世) ② 어→ᅌᅥᇰ(御) ③ 졔→졔ᇰ(製) ④ ᄍᆞ→ᄍᆞᆼ(字) ⑤ 위→윙(為) ⑥ ᄍᆞ→ᄍᆞᆼ(字)
<사진2>에서 원으로 표시한 오자 4자를 다음과 같이 바로잡는다. ① ᄍᆞ→ᄍᆞᆼ(字) ② 위→윙(為) ③ ᄍᆞ→ᄍᆞᆼ(字) ④ ᄆᆞᅟᅵᆼ→ᄆᆡᇰ
<사진 3>에서 원으로 표시한 첫 번째 글자는 작가가 아무래도 ᄒᆞᆯ과 ᄒᆞᇙ을 혼동한 듯하다. 참고로 ‘ᄒᆞᇙ’은 종성이 ‘ ᇙ’으로 되어 있지만, “영모(影母)‘ ᇹ’로써 래모(來母) 'ㄹ'을 돕는다”는 뜻의 「이영보래(以影補來)(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이응백, 김원경, 김선풍)」와는 무관한 표기법이다. 왜냐하면 「이영보래」란 한자어를 읽을 때, 중국어의 원발음과 비슷하게 소리 내라고 붙인 일종의 발음 표지이기 때문에 순우리말 표기에서는 'ㄹ'음을 길게 끌지 말고, 빨리 발음을 끝내는 입성으로 발음하라는 의도의 표기법이기 때문이다. ① ᄒᆞᇙ→ᄒᆞᆯ ② 위→윙(為)
▲ (사진1)
▲ (사진2)
▲ (사진3)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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