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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일보

박재성 칼럼(43) 자연을 살펴 만든 문자 훈민정음

이금로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4/09/14 [08:32]

박재성 칼럼(43) 자연을 살펴 만든 문자 훈민정음

이금로 대표기자 | 입력 : 2024/09/14 [08:32]

훈민정음훈민(訓民)’백성을 가르친다.’라는 말이다.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에는 하늘과 땅과 만물이 무엇인지, 사람이 누구이고 무엇을 이루어가야 하는지, 사람이 반드시 알아야 할 가르침이 담겨있다. 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설한 책이 훈민정음해례본이다.

 

이 책은 세종의 명을 받들어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선로 등 8명의 학자가 33개월에 걸쳐 만들었다. 33장의 지면에 33개 문장으로 서문을 담았고 280개의 문장으로 제자원리를 해설했다. 점 하나, 획 하나도 근본 원리에 어긋나지 않게 철저히 맞춘 것으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응용철학서라고 할 수 있으며, 모든 과학의 처음과 끝이라고 할 수 있다.

 

훈민정음해례본에서 정인지는 서문에 서술하기를 전하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실 때 천지자연의 운행을 살피시어 만드셨다.”라고 했다. 자연이란 저절로[] 그리된다는[] 말이다. 밤이 되면 아침이 오고,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게 된다. 그리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야 가을이 오듯이, 잠을 자면 깨어나야 하고, 먹어야 힘이 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우주 만물에는 이렇게 자동으로 돌아가게 하는 근본 원리가 숨어 있다. 그런데 우주(宇宙)’라는 단어에 대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은 BC390년에서 BC330년까지 살았던 시교가 저술한 시자(尸子)’.

 

이 책에서 우주에 관해 설명하기를 上下四方曰宇(상하사방왈우) 往古來今曰宙(왕고래금왈주)’ , ‘위아래와 사방을 라고 일컫고, 예로부터 지금까지를 라고 일컫는다.’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는 공간이며, 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공간이라고 한다.

 

이러한 우주는 삼재(三才)’라고 부르는 · · , 하늘과 땅과 사람이라고 하는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그 변화의 동인(動因)으로 작용하는 것을 일컫는 말인데 자연적 구성 요소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천지에 인간을 참여시킨 것으로써, 인간의 위치를 천지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간 중심적 사상을 바탕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세종은 깊은 학문적 통찰력을 근본으로 사람의 말소리에 우주의 오묘한 천지인의 생성 과정이 모두 들어 있음을 직관한 것이다.

 

사람이 잠시 말하는 동안에도 우주의 시작과 끝이 다 담겨있듯이 말소리에도 하늘 · · 사람의 삼재가 있고, 우주에 음양이 있듯이 말소리에도 음양이 있다는 유학적 사상을 근간으로 삶에서는 완성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없지만, 말소리에서는 완성의 모습까지 쉽게 볼 수 있으므로 말소리를 자연과 생명의 축소판으로 파악한 것이다.

 

이어서 훈민정음해례본에서는 몽룡(矇矓)’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사람은 두 가지의 눈을 떠야 하는데, 흔히 육안(肉眼)이라 부르는 지안(地眼)과 심안(心眼)이라 부르는 천안(天眼)이라는 것이다.

 

地眼으로는 나타난 현상을 보지만, 天眼으로는 현상의 본질을 볼 수 있으며, 地眼은 태어나면서 저절로 열린다. 그러나 天眼은 쉽게 열리지 않고 살아가면서 다양한 삶의 체험을 한 후에 삶을 돌아보면서 조금씩 열리지만, 특별히 탐구하지 않는 한 좀체 열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훈민정음은 귀로만 들을 수 있던 한순간의 말소리를, 언제까지고 눈으로도 볼 수 있게 한다. 덕분에 말소리는 무형이지만, 물질의 요소를 그대로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뜻을 펼치고 이루어가는 변화하는 과정을 탐구하게 한다.

 

곧 말소리에 담긴 원리를 아는 것은 물질의 창조 원리와 생명의 변화 원리를 아는 것이다. 또 삼재를 아는 것은 생명의 목적을 아는 것이다.

 

훈민정음은 이렇게 만물과 생명의 본질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니 곧 천안을 열게 하는 비법인 것이다.

 

▲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박 재 성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박 재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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