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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일보

박재성 칼럼(33) 전공 교수도 거르지 못한 훈민정음언해 어제 서문 오자

이금로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4/07/06 [09:35]

박재성 칼럼(33) 전공 교수도 거르지 못한 훈민정음언해 어제 서문 오자

이금로 대표기자 | 입력 : 2024/07/06 [09:35]

일반 대중에게 서산대사(休静, 1520-1604)의 선시(禪詩)라고 알려지기도 하고, 조선 후기 시인 임연당 이양연(1771~1853)의 시라고도 전해지는데 백범 김구 선생이 생전 즐겨 애송했던 시()로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읽히며 삶의 이정표가 되는 답설이라는 한시가 있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今日我行迹(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 사례 하나 -

유튜브에는 인문학 분야에서 드물게 조회 수 320만 회를 기록한 영상이 있다. 국립 충남대학교 김차균 명예교수가 직접 감수한 15세기 3성조 발음에 따른 세종어제훈민정음 발음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필자도 15세기 발음이라는 부제에 호기심이 생겨서 감상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시종일관 영상에 게시된 세종어제훈민정음 서문 속에도 여섯 글자나 오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물론 김차균 교수의 작품이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음운학계의 석학이신데다가 세종어제훈민정음 발음을 선보이는 영상에 쓰인 자료의 오자를 감수하지 않은 채 320만이 넘는 조회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오류가 참인 양 전파되는 것 같아서 아쉬운 점으로 생각한다.

 

위에서 원으로 표시한 오자는 훈민정음해례본의 합자해에서 중요하게 다룬 창제원리, , ‘初中終三聲 合而成字(초중종삼성, 합이성자) 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의 3성은 어울려야 글자를 이룬다.’라는 기본 원리에 따라 다음과 같이 6곳의 오자를 바로잡는다.

 

() ᅌᅥᇰ() 졔ᇰ() ᄍᆞᄍᆞᆼ()

() ᄍᆞᄍᆞᆼ()

 

- 사례 둘 -

약 3년 전 한글날 특집으로 KBS 창원 방송에서 방영되었던글씨 콘서트 나랏말싸미라는 영상이포함되고 구독 64만을 기록하면서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세종대왕으로 분장한 바리톤 신화수 씨가 훈민정음 서문가를 열창하는 화면과 함께 여류 서예가가 굉장히 넓게 펼쳐진 화선지 위에 올라가서 세종 어제 서문을 휘호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여기서도 오자인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글씨를 써 내려간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ᄍᆞᄍᆞᆼ() () ᄍᆞᄍᆞᆼ()와 같이 세 곳만 틀렸다는 점이다그래서 백범 선생이 애송했다는 답설이라는 한시를 되뇌면서 이번 글로 훈민정음 관련 자료의 오자를 지적하는 글을 마치려고 한다.

 

- 맺는말 -

예전에는 검색 기반의 활동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영상 기반의 활동이 중심이 될 정도로 영상 선호도가 엄청나게 높아졌고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 영상의 파급력도 상당해졌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누군가의 서예 작품 속 글자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겐 이정표가 되기도 하고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감상자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종실록113, 1446(세종 28) 929일 갑오 4번째 기사에 54자의 한자로 실린 어제 서문과 1459(세조 5)에 간행된 월인석보1권의 책머리에 실려있는 108자로 풀이된 세종어제훈민정음어제 서문을 제시한다.

 

▲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재성    

 

사단법인 훈민정음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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